기억이 가물가물해질 것 같아서 최근의 일들먼저 쓰려고 한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던 날이 생각난다. 여름일거라 예상했던 시드니는 생각보다 너무 추웠고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네팔 산속에서 입던 두꺼운 잠바를 꺼내입고 여기저기 묻고 전화하며 백팩커스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찾아 헤맸었다. 그게 벌써 세달 전이다. 시간이 참 빨라. 정말 신기해.
워홀러들은 호주에서 자기 운을 시험해볼 수 있다는데, 우리 부부의 운은 중간정도, 인 것 같다. 운이 엄청 좋아 노다지를 찾아 돈을 착착 모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연하게도 오지(Aussie-호주인들이 자국민을 부르는 말. 처음엔 오지잡, 오지인 하길래 도대체 오지가 뭐지;했었다) 일자리를 구해 매일 영어로 대화하며 스피킹 리스닝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남편은 시드니 도착 바로 다음 주부터 에이전시를 통해 호텔 하우스키핑을 지금까지 해 왔다. (중간에 3주정도 허리도 아프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까 고군분투하던 시간도 있었다.) 나는 카페에서 일하고싶어 스타벅스에 지원했다가 2주가 지나도록 연락을 받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카페들마다 들어가서 이력서를 내고 다니다가, 결국 한 한인카페에 들어가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는데,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한국인들끼리 왜 이렇게 싸우고 서로 모욕하고 험한모습 보며 일하나 회의를 느끼다가, 결국 나도 그 피해자(?)가 되어 6주 만에 쫓겨나왔다.
나도 지금은 남편이랑 같은 호텔에서 하우스키핑을 하고 있다!
그래도 (괴담처럼 떠도는) 악덕 쉐어하우스 마스터를 만났다든가, 도둑을 맞았다든가 하는 정말 나쁜 일들은 겪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힘든 일이 있다 하더라도, 설사 내 운이 바닥을 치더라도 남편과 함께 있기에 난 괜찮다. 영어를 위해, 돈을 위해, 꿈을 찾아서 호주로 떠나오는 20대 워홀러들, 사실 그들이 겪는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인 것 같다. 북적거리는 시드니 한복판에, 결국은 나 혼자라는 씁쓸한 고독감을 언젠가 한번씩은 느끼게 되는 시드니 워홀 생활. 안다. 그 고독감을 느끼지 않게 해준, 사람 때문에 상처난 가슴이 덧나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준, 든든한 남편. 고마워.
그럼 보름간의 일기 시작.
<2015. 12. 31. New Year Eve - World famous fireworks를 보러 가(서 고생하)다!>
달링하버 커클베이에 있는 회전목마. 음악에 맞춰 꼬맹이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ㅎㅎㅎ 아가들은 정말 만국공통으로 이쁘고 귀여운 것 같다!
언제나 북적거리는 들뜬 분위기의 달링하버이지만, 이 날은 더더욱 그랬다.
다행히도 나는 카페 데이오프, 남편은 일을 잠시 쉬는 동안이었기에 우린 하루종일 함께할 수 있었다. 이 날 일하고있었으면 좀 씁쓸했을 것 같다.
이날 저녁 9시경 조지 스트리트! 타운홀 앞이다.
차량이 통제되고 있어서 사람들이 다 도로에 나와서 걷고 있었다! 차도 없고 빌딩 불도 모두 꺼진 캄캄하고 조용한 도로 위를 사람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꼭 좀비영화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은 바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있는 쪽!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년맞이 불꽃놀이를 하는 날이다!
저녁 9시에는 가족들을 위한 불꽃놀이를 하고, 자정이 되는 순간 엄청나게 화려하고 큰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우리도 사람들을 따라 들뜬 마음으로 하버브릿지쪽 켐벨스코브로 향했다. 여기서 보면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엄청 가까이서 볼 수 있을 포인트일 것 같았다! 왜 '일 것 같았다'냐면, 우린 너무 늦게 가서 출입 통제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ㅜㅜ
결국 그 옆 샛길로 들어가 다리 끄트머리가 겨우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 두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새 다리를 펴고 앉아있기도 힘들 만큼 가득 찼다. 뒤를 돌아보니 사람 행렬이 끝도 보이지 않았다. 한중일, 인도, 유럽에서 온 사람들,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 등등 다국적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나는 점점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ㅜㅜ
그래도 새해를 기다리는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려서, 20분이 남고, 10분이 남았다가 100초가 남은 순간부터 카운트다운 시작!
5, 4, 3, 2, 1, Happy New Year!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짠.
사실 우린 불꽃놀이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이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1분이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ㅜㅜ 뒤로 뒤로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는데, 괜한 선택을 했다 싶었다. 사람들이 길을 내어주지도 않고 난 점점 숨이 막혀왔다. ㅜㅜ 인도여행할 때 사람들에게서 맡던 낯익은 악취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결국 불꽃놀이가 거의 끝나갈때까지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가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려 겨우 나갈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절대 절대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ㅜㅜ 그리고 나때문에 불꽃놀이도 제대로 못보고 고생만 한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2016. 1. 1.은 성당 가는날.>
1월 1일은 성당 가는 날.
오후 출근이었기에 남편이랑 같이 성당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일요일 오후 5시엔 한인미사가 있는 성당. 조지스트릿 해이마켓 쪽에 있다. 성당 입구의 그림이 그래피티처럼 특이한 느낌. 예배당 안의 성수대도 특이하다. 물이 계속 졸졸졸졸 나온다. 미사시간에도 계속 물소리가 나서 좀 졸린다.
이 날은 그냥 영어미사. 내가 바보같이 미사 시간을 잘못 알아서 거의 끝날때쯤 도착했다. ㅜㅜ 우리나라는 성모마리아대축일이라 미사도 크게 하고 오래걸리는데, 여기는 그냥 매일미사처럼 간단하게 끝냈다.
<워홀러 부부의 사치, 인형 사기>
퀸 빅토리아빌딩에 있는 초콜릿가게. 윗칸에 있는 빌비 인형이랑 아래칸에 있는 개구리들이 너무 귀여워서 찍어 뒀었는데,
얘네가 우리 집에 왔다. ㅋㅋㅋ
인형 두개 사니까 계산해주는 이쁜 언니가 밀크초콜릿 두 개 먹어보라며 줬다. ㅋㅋ
빌비는 쥐.. 종류인데 호주대륙에 두 종류가 있었는데, 호주에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한 종은 이미 멸종, 남은 종도 멸종 위기라고 한다.
개구리는 왠지 모르겠는데 눈빛이 귀여워서.. 뭔가 모자른 애 같아 보이면서도 셔츠랑 조끼, 바지를 챙겨입고 있는게 너무 귀엽다.
<호주에서 커피를 한다는 것은>
이 아이스크림 와플은 사먹은 게 아니라, 카페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는 친구들끼리 만들어 먹은 거다. ㅋㅋ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재미있게 일했지만, 참 안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 곳. 그리고 나도 결국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안겨준 곳.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라떼아트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기계처럼 올바른 순서로, 빠른 스피드로 음료를 제조해서 손님에게 친절한 미소와 함께 내어 주면 직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었다. 세계적으로 몇천개에 달하는 매장들 속에 몇만명의 직원들을 균일화시키려고 했던 회사. 그래서 어딜가나 동일한 서비스와 음료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사실 그 직원이 다른 직원으로 대체되어도 나사 하나 교체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에 반에 호주의 카페들은 하나하나 독창적이다. 카페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고 손님에게 서빙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부속품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직원과 손님이 동등한 느낌.
오늘만 해도, 일하고 있는 호텔 앞의 작은 카페에 내가 3일째 들러 세 번째 카푸치노를 주문하려는 참이었다. 바리스타 아저씨가 너무나도 반갑게 웃으며 '오늘도 스몰 카푸치노에 설탕 한 스푼 넣어 먹을거지? 그나저나 너 여기서 묵고 있니?' 하며 말을 걸어 주었다. 그는 나를 기억하고 나에 대해 궁금한 것이었다. 나도 웃으며 '난 여기 호텔에서 일하는 하우스키퍼에요'라고 하자 두 배로 반가워하며 자기 이름을 말해 주며 내 이름을 물었다.
분명 내일 아침에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며 맛있는 카푸치노를 만들어 주겠지.
아무튼 6주간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재밌게 일했다. 내 특유의 소심함과 이상한 책임감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ㅎㅎ
지금은 그만두고 나왔지만 난 호주에서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바리스타로 다시 일해보고 싶다! 물론 호텔에서 남편과 같이 일하는 것도 재밌지만.
<비오는 아침. 끌려 나와서 데이트하기>
나는 아침잠이 정말정말 많다. 정말정말정말 많다. 누가 안깨우고, 어디 갈 일이 없으면 난 언제까지나 잘 수 있다. 허허허. 어릴때 일요일에 일어나보니까 티비에서 출발드림팀을 하고 있었던 생각이 나는군. (내 기억에 출발드림팀은 오후 6시에 시작했다.)
이 날은 남편 운전면허 공증을 발급받으러 대한민국 총 영사관에 가기로 한 날! 9시에 영사관이 열자마자 일처리를 하자고, 아침 7시엔 꼭 일어나자고 남편과 약속을 했었다.
남편 미안, 너무너무 일어나기 힘들어서 거의 끌려나오다시피 했다. 그래도 남편! 끌고나와줘서 고마웠어! 그리고 고생했어!
이렇게 예쁜 비 오는 풍경을 봤으니까! 여긴 엘리자베스 스트릿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스테이션. 뒤로 보이는 공원은 하이드 파크.
총영사관도 엘리자베스 스트릿에 있다. 사진 기준으로 왼쪽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세인트 제임스 센터 빌딩이 있다. 여기 13층! 운전면허 공증은 여권이랑 운전면허증이랑 4불 50센트인가 있으면 된다! 들어가서 거기 있는 컴퓨터에서 서류 작성하고, 프린트해서 창구에 가져가면 나온다!
우리는 길을 약간 헤매서 9시 땡하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른 시간에 간 편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하나도 안기다리고 할 수 있었다. 금방 끝내고 나와서 브런치 먹으러.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신발이 다 젖었는데, 또 금새 잦아들었다.
많이 오건 적게 오건 호주사람들은 우산을 잘 안쓴다. 우산 손에 들고 있어도 펼쳐 쓰질 않는다. 왜?
카페 테라스에서 한껏 폼잡고 브런치 먹기. ㅋㅋㅋ
우리의 브런치 테이블 살펴보기!
1. 바나나 브레드-카페마다 있는 아주아주 기본적인 빵이다! 가격은 3~4불정도 하는 것 같다. 오븐에 넣어 토스트해서 버터랑 같이 먹는다.
2. 카푸치노-한국 카푸치노는 가볍게 낸 우유거품을 잔뜩 올려 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지만, 호주 카푸치노는 아주 묵직하고 부드럽게 거품을 내서 초코파우더를 뿌려 먹는다! 난 호주에 와서 카푸치노를 사랑하게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스 카푸치노는 없다. ㅎㅎ 미국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프라푸치노, 쉐이크, 아이스 커피를 아주아주 사랑하지만, 호주 카페에선 일단 아이스커피 메뉴를 하는 곳이 흔치 않다. 아시아계 오너가 하는 카페라면 메뉴판 한가득 뭘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음료 메뉴를 갖추고 있지만, 작은 오지 카페들은 커피는 딱 플랫화이트, 라떼, 카푸치노 세 종류의 화이트커피(에스프레소 베이스에 우유를 넣어 만드는 커피), 롱 블랙(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진한 아메리카노) 정도이다. (여긴 아메리카노도 없다.)
정말정말 너무 많이 다른 우리나라와 호주의 커피. '커피'라는 문화와 기호에 대한 인식도 아주 많이 다르다. 분명 우리나라도 호주도 커피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이깊이 스며들어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커피에 대한 인식은 다른 것 같다. 글솜씨가 없어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는 다 써내려가진 못하겠지만.
3. 프레쉬주스-홈쇼핑에서 광고하는 도깨비방망이같은 기구로 착즙한 과일주스이다. 당근이랑 사과, 생강 조금이랑 또 뭔가 많이 넣어 착즙한 다음 민트 잎을 얹은 '에너자이즈 미'라는 주스.
여기도 건강과 'well being'이 대세라서 프레쉬 주스를 하는 카페가 많다. 여기처럼 레시피를 만들어 이름을 붙여 팔기도 하고, 착즙 가능한 과일과 채소들을 손님이 직접 고르면 주스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4. 햄치즈 크루아상-카페에서 일할 때 사람들이 발음하는 '크루아상'이 정말정말 안들렸었다. 내가 일하던 카페는 해이마켓 근처에 있어서 중국인, 태국인 등 아시아계 사람들도 많이 왔었는데 그들의 '크루아상'발음도 이상하고, 호주 사람들이 발음하는 '크루아상'도 물론 이상하고. 절대 크.루.아.상 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ㅜㅜ 약간 '콰쓰앙'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쿠아스앙'이라고 길게 빼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오븐에 구워서 바삭바삭하고 짭짤한 햄앤치즈 콰ㅆ앙 먹고싶다. ㅎㅎ
<마켓시티. 여기가 중국인지 호주인지!>
차이나타운에 있는 마켓 시티.
지하에는 패디스 마켓이라는 큰 과채 시장이 있고, 그라운드에는 도때기 시장같은 이상한 상점들이 즐비해 있고, 그 위부터 쇼핑센터인 곳. 가장 위층에 오락실도 있고 푸드코트도 있다. 그리고 그 푸드코트 안에 어글리밥이라는 한국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 파는 치즈닭갈비가 맛있다! ㅋㅋ 유명해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알듯.
<2주 전 금요일, 기분 최악이었던 날>
오후 두 시 기분좋게 출근해서 오후 여섯 시 화를 씩씩 내며 유니폼 벗어던지고 나와버린 내 첫 시드니에서의 일자리.
이 때 남편은 저녁에 두시간씩 하던 오피스청소를 다니고 있었는데, 나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오늘 안가면 안돼? 하고 집을 나서려는 남편을 불러냈다. 고맙게도 문자로 일 못간다는 통보를 하고 나에게 와 준 남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겠는 기분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며 집으로 걸어가는 길. 시티에서 우리집으로 걸어가려면 항상 달링하버를 지나야 한다.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항상 즐거운 달링하버와 이날 나의 모습은 참 아이러니였다.
그 와중에도 우리 발걸음을 불러세운 흑인들의 퍼포먼스. 점프하고 구르고 멋진 공연을 보여 주다가, 대망의 마지막을 위해 관객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멤버는 이러하다.
(그들의 공연 언어에 따르자면)
the futures(미래) 둘 (퍼포머 형들을 따라 용기있게 춤도 추고 점프도 잘 했다고 대가로 받은 20달러 지폐를 펼쳐 보이고 있음)
the beauteis(미녀) 셋
tall, rich and white guys(키크고 부자같아 보이는 백인 아저씨) 둘
asian guy with camera(카메라 들고있는 아시아사람) 하나
이렇게 여덟 명이다.
저렇게 줄줄이 세워 놓고 그들 위를 날아 한 번에 점프할 것처럼 엄청 기대감을 심어 놓고, 그들을 저렇게 줄세워 놓은 상태로 관객들에게 돈을 걷는 시간을 장황하게 가진 후(사람들이 지폐를 막 꺼내 그들에게 기부했다! 50불 지폐 내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고액 지폐 내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고함을 질러 가며 얼마가 걷혔고, 어떤 피부색의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관중들에게 모두 알렸다) 꼬마 둘은 들여보낸 후 어른 여섯 명의 허리를 굽히게 한 다음 점프했다.
뭔가 관중들이 그들에게 홀려 돈을 막 기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ㅋㅋ 그들이 피부색과 인종, 어린이 등에 대한 패러프레이즈를 연창했기 때문이다. 영어가 너무 빨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며 인간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로 하나의 인종이다.(we have only 1 race-human!)
<고양이!>
콜스에서 장보고 집에 가는 길에 광장에서 만난 고양이.
너무 이쁜 줄무늬와 빨간 목줄.
주인이 있는 고양이일까?
다소곳이 모은 저 하얀 앞발이 너무 짠하다.
무주에 있는 우리 바키가 생각난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데, 잠시 산책 나온 것이길 바라 본다.
<동네 풍경>
빵집이랑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연이어 있고, 크러스트라는 피자 가게와 자전거 가게, 헬스장 등이 있는 우리 동네 길.
그리고 또 좋은 점은 한호식품이 있다는 것!
한국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된장, 고추장, 떡, 애호박, 삼겹살 등등 한국 식료품들이 없는게 없고, 파스도 있고 한국 생리대도 판다. 가격은 물론 한국에서보다 조금씩 다 비싸지만 그래도 호주에서 된장찌개를 끓여먹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 집은 시티랑 조금 멀어서 이 한호식품 아니었으면 한참이나 걸어갔어야 했을 것이다!
여기도 콜스에서 장 보고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카페.
콜스는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같은 대형 할인마트이다. 과일, 빵, 시리얼, 우유 등등 쇼핑 좋아하는 남편이랑 둘이 거의 매일 발도장 찍고 있다. 최근까지 열심히 모은 포인트가 사실은 2000포인트가 10불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둘다 조금 쇼핑 의욕을 잃었지만. ㅎㅎ 100불 넘게 쇼핑한 영수증에 딸려 나오는 쿠폰으로 한번에 1000포인트도 쌓고, 평소에도 열심히 적립해서 1900포인트나 모았는데...
<킥보드. 호주 말로는 킥 스쿠터>
이게 웬 꼬마들이나 타는 킥보드냐고? 여기 시드니에서 킥보드는 그저 걸음을 빠르게 해 주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ㅎㅎ 원피스 입은 아가씨도, 양복입은 아저씨도, 공사장 신발 신은 청년들도 킥보드를 탄다! 하루에 30분 40분 이상씩 걸어다닐 일이 많은 우리는 항상 킥보드가 있으면 시간을 아끼겠지? 하는 생각에 하나씩 장만했다. K마트에서 하나에 39불! 인터넷 찾아보니 최저가가 50불 이상으로 검색되더라고.
근데 킥보드 다리 엄청 아프다.. 허벅지 터질 것 같고 땀 엄청 난다. ㅋㅋ
<응답하라 1988>
정팔이의 소멸로 드라마가 이상하게 끝나버렸지만(나는 마음속으로 택이를 응원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나의 몇 주간을 행복하게 해준 응팔.
1997도 안보고, 1994도 안봤다. 인기도 많고 보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둘 다 뭔가 밉살맞은 구석들이 있어서 안봤었는데, 쉐어하우스 거실에서 누군가가 틀어놓은 8화를 보고야 만 것이다. 엄마 지갑에서 없어진 3만원 때문에 의심받은 게 서러웠던 덕선이가 언니한테 소리를 빽 지르는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더라.
어쩜. 모두가 너무나도 매력있다.
1988년의 열여덟들, 행복했느냐. 나는 그대들 덕분에 울고 웃는동안 아주 조금 더 행복해졌단다!
<망상>
자기 전에 침대맡의 충전기를 보는데, 지갑도 충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종일 펑펑 써도, 밤새도록 꽂아놓으면 100불씩 충전되는 지갑이 있음 좋겠다. :)
<트레인 타고 가서 잡을 구해보자. 미션>
여기는 홈부쉬 가기 전 플레밍턴 역 근처 어딘가. 주변에 뭐 건물도 없고 도로 뿐이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계속 시티에만 있어서, 이렇게 트레인을 타고 나와본 적이 별로 없었다. (바리스타 면접 보러 카페 가는 길이었는데, 남편이 함께 가 주었다.)
한 20분, 30분만 나와도 시티랑은 정말 다른 풍경이다.
그리고 숨도 못쉴 정도로 뜨겁다.
우리는 이날 정말 더워서 일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다. 게다가 이 카페는 인터뷰 하는 도중 no라는 대답이 와서 나는 현기증이 났다. ㅋㅋ
여기는 버우드 역.
이날도 물론 더웠다. 이 전 사진속의 날보다는 아니었지만.
여기서 인터뷰 갔던 카페는 내가 no. 이런저런 이유이다. 이렇게 일주일간 잡 구한다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었다. 그쪽에서 노, 내가 노 하다 보니 고용되기는 쉽지 않았고, 결국 나는 쉬운 길을 택했다. 사실 애독하는 블로거가 시드니에서 하우스키핑을 했던 이야기를 썼다. 그래서 힘든 일인 거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도전해볼 만은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따라 호텔 가서 베드도 몇 번 만들어 봤겠다, 호텔에서 일하기로 결심!
<파워하우스 박물관 앞 Mr. Whippi 아이스크림♡>
하나에 5불 가까이 하는 아이스크림 콘! (비싸다)
저 뒤로 보이는 핑크색 트럭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다. 근데 진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허허허.
2월 중순쯤 동생이 여행온다. 같이 사먹을 리스트에 올라 있지. 저 핑크차만 발견하다면. ㅋㅋ
요거는 맥도날드 소프트콘.
기본 아이스크림은 하나에 50센트이다! 두개 사먹어도 1불이면 되니, 개이득.
초코와플콘은 2불! 버스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광고 보고, 사먹어봐야지 하다가 먹어 본 것!
<그대의 생일, 1월 15일>
생일날도 일한 내 남편.
고생했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
(축하 음식이 고작 햄버거라서 미안해, 내년엔 내가 꼭 미역국 끓여줄게)
20150120!! 시간이 나날이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아내, 헤다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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