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과 잘 어울리는 자이살메르, 빛나는 황금빛 도시, 그 안에 있는 것들> 

 

사파리에서 돌아온 날 아침. 숙소에서 아주아주 개운하게 모래를 씻겨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라자스탄식 탈리는 뭔가 특별하다는 얘기를 듣고, 프렌즈 여행책을 뒤적이다가 식당을 하나 고르고 숙소를 나섰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 성 밖 골목 풍경이다. 정말정말 좁고 복잡한 골목인데, 오토바이들은 쌩쌩 잘도 달린다. 

 

스쿠터 탈때에도 물론 사리를 입지요. 안될거야 있겠습니까? 

 

흔한 풍경. 온가족의 교통수단, 오토바이이다. 뱅갈로나 델리에선 그래도 운전자는 헬멧을 썼지만 여긴 아무도 안쓴다. 아가들은 어쩔지 걱정이다 ㅜㅜ 

 

식당은 성 입구 바로 직전에 있다. 2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건물은 모두 황금빛이다. 성은 마치 작은 장난감 같다. 겉보기엔 예쁘고 아기자기하지만, 그 속의 생활은 결코 아름답지 않겠지?

밥 기다리면서 여기저기 셔터를 누르면서 잠깐 든 상념. 

 

 

라자스탄식 탈리. 식당 아저씨가 이름도 다 알려줬었는데, 맛있어서 포티야한테 한번 더 묻기까지 했는데ㅜㅜ 결국 다 잊어버렸다. 쥐포튀김같이 바삭바삭한 칩은 다 먹고 리필도 받아 먹었다! 커리도 모두 맛있고, 시큼하고 생소한 맛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입맛에 잘 맞았다. 아래 사진은 후식으로 먹는 것 같은 스윗. 보기엔 조금 그래도 상큼하고 달콤했다. 너무 달아서 다 먹진 못했지만.

언어 교환하는 앱에서 남편이 사귄 인도 친구는 지금 캐나다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자이살메르에 있다고 하니, 자기 고향도 라자스탄 지역이라며, 혹시 라자스탄식 탈리를 먹거든 사진을 꼭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위 사진을 보내줬더니,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것이다. 마치 타지에 떠나 생활하는 한국 사람이 된장찌개 그리워 하듯. 우리에겐 낯선 이 음식이 그들에겐 주식이자, 멀리서도 가장 그리운, 그런 음식이다.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던 강아지. 인도에는 소도 많고 다람쥐, 원숭이도 많지만 단연 개가 제일 많다. 애완견 말고 길거리 개들.

약국에 들러서 연고와 알러지 약을 샀다. 남편이 델리에서부터 손발, 허벅지에 우둘투둘한 빨간 반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아무 증상이 없었기에 우린 더욱 무서웠다. 여기서 산 연고는 소용이 없었고, 알러지 약은 익히 알고 있는(내가 항상 먹는 약이어서 두드러기 증상을 잘 알지만, 남편의 증상은 아니었다) 것이어서 아예 먹지 않았다. 조드푸르에 이동에서 의사까지 불러서 진찰받았지만 딱히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더위 때문인가? 했는데, 지금 초가을 날씨인 시드니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그런 건 아니고, 단지 민감한 체질이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 

 

 

인도의 오래된 동전들. 사실 사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 동전이구나, 했다. 컴퓨터에서 열어 보고, 확대해 보니 파이사 동전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 안하는 아주아주 작은 돈이다. 달러와 센트같은 개념으로, 원래 루피와 파이사가 쓰였었는데, 이제 파이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위 사진을 잘라 확대한 것. 

 

라씨샵. 오른쪽에 버젓이 '방 샵'이라는 간판이 있다. 방은 마약이다. 정부에서 허가를 받았을 리가 없는 불법 약물이다. 먹으면 뽕-간다고는 하지만 어떤 이의 말을 들어보니 그저 머리만 깨질 듯이 아팠다고 한다. 어쨌든간에 시도해보지 않아도 될, 인도에서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 당당하게 팔지 말라고!!! 

 

성 입구에 들어와서 본 경치. 왼쪽은 낙타 가죽 제품 파는 곳. 낙타가죽은 냄새가 아주아주 고약하다. 물론 품질이 좋은 것은 냄새가 안난다지만, 여기서 파는 건 다 나는 것 같다. ㅋㅋ 종류도 다양하다. 가방, 신발, 모자, 지갑, 수첩, 기타가방도 있다. 우리는 남편꺼 지갑이랑 작은 수첩을 샀는데, 수첩은 안나는데 지갑은 냄새가 엄청 심했다. 처음엔 꺼내놓기만 해도 주변에서 낙타냄새가... 지금은 자주 사용해서 많이 빠지긴 했지만 진짜 그 냄새 어이없다. ㅋㅋㅋ 낙타가죽 사시는 분들 냄새 주의하시길. 

 

 

 

 성 안 풍경. 여행다니면서 '사띠'라는 걸 배웠는데, 남편이 죽으면 같이 죽어야 했던 여자들이다. 저 붉은 손자국들도 사띠의 흔적일까?

 

오. 지나가던 중 쿨한 가게 발견. 탐나는 티셔츠들이다. 매우 매우 고퀄 크리에이티브의 냄새가 나는데?

 

예술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역시 직접 그리는 거였어. 멋지다.

 

가네샤 벽화와 야윈 송아지.

 

전망대에 올라왔다. 미로같이 되어 있는 성 안 어딘가에서 전망대라는 표지판을 보고, 골목골목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커다란 대포가 있었다. 과거에는 전망대가 아니라 성을 지키고 침입자가 있나 감시하고 공격하던 곳이었겠지?

 

 

 

지금은 전망대이자 레스토랑. 저어기 나도 보인당.

같이 여행다니니까, 누가 찍은 사진인지 정확하게 구별은 못하고, 내가 나와있으면 남편이 찍었겠거니, 남편이 나오면 내가 찍었나보다, 하고 있다. 고로 이건 남편 작품.

 

난간마다 놓인 동그랗고 기다란 돌들은 뭘지? 궁금했다.

자이살메르는 어느 방향을 바라보건 골드, 황금빛이구나.

 

 

 

내려오는 길, 예술가 아저씨 만났다! 오래된 엽서에 직접 그린 작품(?) 몇 장을 샀다. 열심히 흥정하고 내가 내 친구들한테 아저씨 가게 소개시켜줄게! 하고 흥정해서 5장에 400루피 주고 샀다. 자이살메르라고 붓으로 써 달라고도 했다. 나중에 포티야한테 얘기하니까 바가지썼다고 했다! 휴 ㅜㅜ

그리고 난 이 작품들이 아저씨만의 독창적인 그림체인줄 알았는데, 조드푸르 기념품 가게에서 엄청 똑같은 그림들 무더기로 봤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그림들을 사면 미술학교(?)에 기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라자스탄식 전통 기법인지?

그래도 나는 이 엽서들에 만족한다! 여행 다니면서 엽서, 팜플렛 등 하나씩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고, 아저씨가 나를 위해서 직접 자이살메르 서명도 해주시고! 친절히 사진 찍는 것도 허락해줬으니깐. 아저씨만의 독창적인 그림체가 아니더라도, 작품 하나하나 애정이 대단한 분이었다. 한 점 한 점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직접 그린 것이니까. 아저씨의 반짝거리는 눈빛도 좋다.

 

 

 

내려오는 길 석양에 빨갛게 물든 성곽. 그리고 손 꼭 붙잡고 어딘가로 가는 꼬맹이 세남매. 사실 너무 귀여워서 내가 불렀다. 영어를 모르는 애들이어서 말은 하나도 안통했지만, 나랑 같이 사진도 찍었다. 내가 예쁘다고 칭찬해줬더니, 못알아듣긴 했지만 배시시 웃어 주었다.

 

 

꼬마. 인도 아가들은 눈가에 거뭇거뭇하게 칠해져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 속으로 나쁜 귀신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고 했다. 세 살 이전의 아가들은 아직 사람의 삶을 살지 않은 투명한 영혼이어서, 나쁜 귀신들이 그들의 영혼을 뺏아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저 문으로 나가면 성밖이다. 우리는 안에서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이제 남아있는 현금이 없어서, 포티야네 루프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근데, 저어 앞에 셔츠 입은 남자가 자이살이태리에서 밥먹고 가라고 막 호객을 했다. 사실, 이태리 음식이 맛있다고 유명한 곳이어서 한번쯤은 갈까, 했었는데, 우리 지금 돈 없으니까 내일 저녁에 올게, 약속하고 성을 나왔다.

이렇게, 평화로운 자이살메르에서의 삼일째 날이 어두워가고 있었다.

20151109, 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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