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좋아, 자이살메르.>
기차는 1시간 정도 연착이 되었다. 아침이 되자 창 밖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넓고 넓은 황야. 에어텔에서 SMS가 왔다. Welcome to Rajastan!
발은 왜 긁고 있는거지. 휴... 나름 저게 어제 빠하르간즈에서 산 꼬까옷인데, 19시간 동안 어느새 헌 옷이 되어 있었다. 얼굴은 양심적인 모자이크. 여행블로그계 대표찌질이가 될 순 없지... 신문도 어느새 노숙자 포스를 더해주는 소품이 되어 있네.
(우린 이 날이 제일 오랫동안 못씻는 날이 될 줄 알았다. 조드푸르-아그라-바라나시를 두 밤동안 무박으로 이동하게 될 줄 이때까진 몰랐었다...)
우리가 탔던 기차 중 제일 좋았던 ac2! 안녕~ 이다음부터는 뭐 다 슬리퍼 칸만 줄창 탔다.
영화 <김종욱 찾기> 처음 부분에 인도 사진들이 나온다. 아마 서지우가 여행 중 찍은 사진이겠지. 위와 거의 같은 구도의 조드푸르 역 사진이 있다. 사실 의도해서 찍은거. 어쨌든 자이살메르 도착! 뒤에 보이는 열차칸이 우리가 타고 온 ac2칸이다. 에어콘 칸이라 열 수 없는 창문으로 되어 있다. ac2 좋앙. 근데 비싸.
남편의 사전 써치로 우린 포티야네를 예약했었다. 역에서 나오면 여행책에서 본 사진과 똑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온갖 게스트하우스에서 피켓을 들고 나와 여행객들을 호객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린 다행히 우왕좌왕하지 않고 바로! 포티야를 만날 수 있었다. 저기 주차되어 있는 차가 모두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 마중나온 차이다.
근데 웃겼던 게, 엉뚱한 게스트하우스 팻말을 들고 있던 사람이 '존! 존!' (남편 영어이름) 하며 우리를 보며 부르는 것이다. 엥? 하는 기분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포티야를 발견한 후였기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했다. 나중에 포티야네 루프탑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누가 다가와 역 앞에서 '존'이라고 부른 게 자기라고 하며 낄낄거렸다. 자기는 포티야 친구인데,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포티야 몰래 읽고 그 시간에 도착한다는 걸 알고, 손님 좀 뺏어보려 부른 것이었는데 우리가 무시하고 그냥 갔다고...낄낄...막 이러면서 무용담 늘어놓듯 이야기했다. 우린 어이가 없어서, 하하...그랬니...하고 반응해 주었지만, 진짜 사실 조금 웃기기도 하고, 조금 짠하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자이살메르 성과, 그 아래 펼쳐진 골든 시티. 저 성 안에 시장도 있고 식당도 있고 집도 있고 사원도 있다. 900년이 넘은 성인데, 아직까지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왔다. 자이살메르 구경. 그러다 발견한 염소. 나뭇잎이 많이 먹고싶었나보다... 범퍼를 딛고 올라가, 본네트를 밟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야금야금 잎을 뜯고 있었다. 뭔가 영리하고 귀여우면서도 얄미웠던 염소. ㅋㅋ 한두번 올라가 본 발걸음이 아니었다 저건..
꼬맹이 소랑 큰 얼룩이 소. 뒤에 보이는 건, 약국인가? Medicine이라고 쓰고 싶었던 거겠지?
채소시장.
작고 동글동글한 양배추랑 수박이 너무 귀엽다. 토마토도 탐스러워 보이고.
아. 자이살메르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났다. 우연히 만난 건 아니고, 일정을 짤 때부터, 딱 하루가 겹치는 걸 알고, 시간을 잡아 만난 것이다. 어학원에서 매일 봤던 친구인데, 또 이렇게 멀리 떠나와 자이살메르 한복판에서 만나니 눈물나게 반갑더라. 건강히 잘 지내는 것도 다행이었고. 이친구는 리쉬케쉬에서 또 강고뜨리까지 갔다가 돌아와 자이살메르에서 또 한참을 머물다 떠나는 참이었다. 아이패드로 편집해 만든 여행 동영상을 보여줬다. 자이살메르가 너무 더워 낮시간엔 숙소에 머물며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덩치도 크고 산적같은 애가 아기자기하게 자막까지 넣어서 만든 여행 비디오를 보니, 올타꾸나.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애! 이러면서 이날부터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근데, 용량만 차지한 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네 ^^; 나도 틈틈히 편집해보아야지.
친구와 티벳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 잔뜩 먹고, 다른 카페에서 요거트랑 주스, 콜라 마시며 여행 얘기도 좀 하다가 이친구는 이제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갔다. 짧았지만 반가웠던 만남.
산책을 마치고, 루프탑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 빨래도 조금 해서 널었다. 오랜만에 넓은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들었다. 일단, 이 순간만큼은 델리를 벗어나 한산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한국말을 잘하는 포티야도 귀엽고 친절했다. 인터넷 보니 포티야는 델리에 신라면사러 가고 숙소에 없다더니, 소문과는 다르게 자이살메르에 있었다. 이것저것 신경써 주고 진심으로 대해준다는 느낌이 좋았다. 사실 빠하르간즈는 워낙에 여행자거리이다 보니, 숙소에서 누가 나가건 들어오건 신경도 안쓰고 자기 할 일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땐 그러려니 했지만, 포티야네에서 포티야랑 다른 스탭들이 우릴 보고 인사해주고, 어디 가냐고 물어봐주고, 조심하라고 이런저런 충고해주고, 이렇게 신경써주니 그렇데 따뜻하고 고마울 수가 없더라.
내일은 사막으로 낙타타고 나가 야영을 하기로 했다!
20151109, 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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