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셋째날: 복잡하고 어지러운 델리에서 잠깐 쉬어가기>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오랫동안 여행합니다. 인도 여행을 며칠간 패키지로 한다? 잘 들어보지 못한 말 같아요. 인도는 그야말로 배낭여행자의 나라가 아닐까요. 저희 부부도 한달간 여행하면서 많은 배낭여행자들을 만났어요. 서로의 여행 에피소드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 좋은 곳들을 공유하고 때로는 다함께 밤하늘을 보러 산책도 나갔어요. 모두가 좋은 추억이죠.
서로의 여행 일정을 이야기하면서, 한가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델리는 오래 머물 도시가 아니야!' 저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동의해요. 그래서 짧다면 짧은 인도에서의 보름(나머지 반은 네팔에서 보냈으니까 인도에서는 보름가량 보냈습니다)에서 나흘씩이나 델리에 일정을 내어줬던 것이 잘 한 결정이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델리는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한 델리는 아니었어, 델리에서의 여유라는 사치를 부렸잖아! 라고 말합니다.
인도를 사랑하는 한 지인에게 여행 일정을 보여주고 조언을 구했어요. 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만난 씩씩하고 멋진 언니인데, 인도에서 안 가 본 도시가 없을 만큼, 10년 전 배낭 하나 메고 떠나온 인도를 그 후에도 여러번씩이나 다시 찾고 또 찾아 여행다니고 있는 분이에요. 우리 일정을 보고 언니 말이, '델리에 볼 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짧게 있다 떠나려고?'라고 합니다. 물론 언니에게 그 많은 '볼 것'이 무엇인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 무엇을 볼 것이냐는 저희 본연의 몫이었으니까요.
배낭여행은 '자유'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어디가라, 저기가라 강요할수가 없지요. 저흰 그저, 저희가 즐겼던 델리의 일부분을 보여드릴게요.
3일째 인도, 시작합니다.
결혼식의 청첩장.
틀에 박히고 트렌드에 목맨 청첩장으로 초대하고 싶지 않았었다. 얼마나 세련되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열심히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지웠다. SNS에 중간본을 올려 조언을 받기도 하고, 또 사람들의 말을 수렴해서 이것저것 수정했다. 우리 만남의 중요한 계기(?)가 되어 준 우리 바키까지 그려넣으니, 이제 정말로 우리의 결혼식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청첩장이 되었다.
발 넓은 시댁, 이래저래 걱정 많은 친정집의 성격답게, 인쇄한 청첩장이 아주아주 많이 남았다. ㅋㅋ 한 뭉치 들고 떠나왔다. 우리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우릴 잊지 말라고 한장씩 주는게 어때, 라고 하면서.
크리슈나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기다린다. 2층은 카펫이랑 천같은 걸 파는 가게이고, 3층이 키친, 4,5층이 홀이었나, 하여튼 높은 곳에서 빠하르간즈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빠하르간즈의 아침 풍경. 쌓아놓고 파는 바나나와 오렌지, 손님 물색 중인 것 같은 사이클릭샤 기사아저씨들.
귀여운 무임승차.
뒤에 보이는 건물이 우리가 며칠간 아침, 저녁밥을 먹으러 갔던 크리슈나 레스토랑.
꾸뜹 미나르 유적군으로 이동. 지하철 타고 가서, 역 앞에서 릭샤를 타고 유적군 입구로 이동했다. 사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진짜 파리떼처럼 릭샤꾼들이 들러붙었다. 그중 몇은 사기꾼이었고, 우리랑 노닥거릴려고 자기 릭샤로 유인해갔다. 한사람당 10루피에 꾸뜹미날까지 가준다고 데려가더니, 시동도 안걸고 내가 갖고 있던 부채를 빼앗아 이리저리 보질 않나, 밀짚모자 나이스 어쩌구 저쩌구. 화가 난 우리는 다른 릭샤로 옮겨 갔고, 그런 우리를 보고 낄낄거릴 뿐이었다.
어쨌든, 한 무슬림 가족이랑 총 5명의 승객을 태우고 10분 가량? 달리니 꾸뜹 미나르에 도착했다. 입장권을 사고(카메라입장료까지 두명 525루피) 아침부터 땡볕이라 음료수를 샀다. 자주 먹었던 림카.(림카 맛있당) 페트나 병으로는 자주 봤지만 캔 림카는 처음 봐서 신기해서 찍어 봤다.
입장. 와~ 크다. 그냥 크다. ㅋㅋ
정원도 엄청 컸는데, 아저씨들이 가위로 일일이 조경중이었다. 뒤에 나무 다듬고 계신 아저씨.
이거 철탑 뭐 몇백년간 녹 안슬고 신기한거.. 그런거다.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녹슬었던데? (스포)
초딩 꼬맹이들이 귀여웠다.
여기 초딩 꼬맹이들 가까이서. 다들 다리도 길고 얼굴도 어찌 그리 이쁜지. 우리한테 차이니즈냐고 물어봤다. 아니~ 우리 코리안이야!
오른쪽 뒤에 있는 초록색 물병 든 꼬마는 짖궂었다. 그리고 우릴 정말 신기하게 봤다.
무슬림들에겐 화려한 장식보다는 코란을 새겨 넣는 것이 최고의 장식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중간쯤에 앵무새 두마리가 둥지를 터서 날개짓하고 있다. 초록색 노란색 앵무새.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잔디밭 커다란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우리도 땡볕이 뜨거워 잠시 앉아서 쉬었다. 그늘은 시원했고 나무도 많고 나무에 다람쥐도 엄청 많고 단체로 관광 온 한국인도 엄청 많았다. (아까 패키지 관광 없다며!)
정원이 넓어서 공원같았던 곳. 부서지고 깎인 유적들과 잘 가꿔진 정원. 그리고 밀짚모자 쓴 관광객 아저씨.
밀짚모자 쓴 아저씨 아줌마.
어제 포스팅이랑 옷이 똑같은데..?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기분탓이다.
짓다 만 탑이라고 한다. 완공되었으면, 꾸뜹 미나르 탑보다도 훨씬 높았을 건데, 공사하다가 아마 권력을 잃었겠지.
아 덥당.. 우리 여기 다 본거같아.. 라고 하면서 이동 시작. 입구에서 메트로 역으로 가는 릭샤를 한 대 잡았는데, 다른 손님 기다려서 더 태우고 간댄다. 나가서 한참을 호객 하더니 결국 아무도 탄다고 하질 않았는지, 그래도 싸게 해줄게..하면서 출발했다. 30루피.
메트로를 타고 어제 영국인 남자가 좋다고 추천했던 로디 가든으로 이동했다.
도착! 가까운 메트로 역에서 내려 릭샤 타고 이동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큰 나무들이랑 정원이 아름다운 오래된 공원같은 느낌이다.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물들까지(누군가 왕족의 무덤이라고 했던 것 같다) 참 예쁜 곳. 꽃들도 알록달록 참 예쁜데, 인도 여자들이 입은 사리 색도 꽃처럼 예쁘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정교하게 코란이 새겨져 있다.
셀카봉 등장! 복화술로 웃어, 웃어라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로디가든에서도 사기꾼 아저씨를 만났다!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우릴 발견하고 다가오더니, 자기는 장애인학교 관리자인데, 그들을 위해서 기부를 하라는 것이다. 나름 그럴듯한 신분증같은 것도 보여주셨다. 그리고 다른 관광객들이 기부했다는 도네이션 목록을 보여주는데, 통도 크다. 1000, 2000루피씩 뭉텅뭉텅 기부하고 서명한 목록이었다. 근데,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믿겠어요. 이정도면 불신시대다. 그렇지만 아저씨의 표정과 태도는 절대 우리가 돈을 낼지언정 장애인 학생들을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교활해져가는건지, 교활한 사기꾼 얘기를 너무 많이 들은 탓인지, 별로 미안한 마음 없이 우린 기부를 거절했다.
다시 빠하르간즈로 귀환. 이제 막 오픈한 듯한 레스토랑. 우릴 위해 에어콘까지 켜주는 센스! 나름 깔끔하고 음식도 맛있었다. 마르가리타 피자.
점심을 먹고 빠하르간즈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다. 우리가 필요한 것: 밀짚모자에 달 끈, 배낭커버, 옷('필요'하진 않지만 그냥..사고싶으니깐.)
끈은 적당한 것으로 20루피 주고 끊어왔다! 길거리에 매대를 펼쳐놓고 이것저것 파는 아저씨에게서.
배낭커버는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한군데에서밖에 그럴듯한 것을 팔고 있지 않았다. 협상 실패로ㅜㅜ 2개에 300루피 주고 구매. 잘 깎으려면 판단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흠! 그래도 여행 끝날때까지 잘 썼다.
옷은, 아마 내일 포스팅에서 내가 입고있을 것 같으니 여기선 생략.
쇼핑을 하다보니 밤이 되었네.
무슬림 꼬맹이들이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슨 의식같은 건가? 보자기를 들고다니면서 돈을 적선(?)받고 있었다.
우린 빠하르간즈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었지만, 일기도 쓰고 시간도 보낼 겸 들른 한인카페 라니카페에서 짜파게티도 시켜 후식으로 먹었다. 오이까지 채썰어 얹어주는 센스.
서브웨이 가는 길에 발견한 크리스마스 느낌 나는 조명가게. 반짝반짝.
벌써 내일이 델리를 떠나는 날, 우린 체크아웃 하고 배낭 메고 멀리 다닐 자신이 없어 코넛 플레이스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다 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인도에 4개월이나 있었지만 처음 타는 인도 기차, 우리는 내일이 기대됐다!
20151109, 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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