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두근거리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일까?>
여행을 시작하는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한 달 전쯤, 뱅갈로에서 지내고 있을 때 여행을 위해 65L짜리 배낭을 두 개 샀다. 흥정 잘 못하는 우리 둘이 가방 두 개에 2천 5백루피(한화 5만원정도)까지 깎았다. 가득 채우지 말아야지 거듭 다짐했지만 배낭여행이라고는 이번이 처음인 우리는 결국 이것도 필요하겠지, 이것도 저것도 하며 꽉 채워버렸다. 몸집도 크지 않은 우리 부부가 제 몸만한 가방을 짊어지고 공항에 왔다.
인도는 위험한 나라이다. 특히 여행객에겐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떤 이는 인도에 여행간다고 하니 이거 조심해, 저거 조심해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단다. 우린 네 달간 인도에서 지냈으니 조금 익숙해졌을거야, 사기꾼과 나쁜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을거야, 라고 서로를 위안했지만, 북인도는 우리가 있던 남인도와 또 다르다는 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가슴이 설레서 그런건지 겁을 먹어서 그런건지 나는 손끝이 차가웠다. 긴장을 하면 손발이 차가워진다.
뱅갈로에서 델리까지는 2시간정도 걸렸다. 도착하니 정오였다. 델리 공항 도착장의 상징. 누구나 찍는다는 부다의 손. 우리도 사진 찍는 인파에 섞여서 열심히 찍었다.
배낭을 찾아 메고,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헤매지 않고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토큰은 뉴델리역까지 한 사람당 60루피.
'의외로' 정말 좋았던 메트로 시설. 물론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만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나흘 간 별 불만 없이 여러 가지 라인의 메트로를 잘 이용했다.
불편했던 점은, 메트로 역에 들어갈 때마다 가방검사, 소지품 검사, 몸수색을 한다는 것이었다. 인도는 남녀간의 신체 접촉은 문화적으로 금기시되어 있어서, 여자 몸수색 줄은 또 따로 있다. 휴. 이거 정말 피곤했었다.
그래도 인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게 어디냐! 짜증나는 오토릭샤, 사이클릭샤와 흥정하지 않아도 되고, 토큰도 아주 싸다. 델리 메트로 좋아요!
뉴델리 역 도착. 메트로 역에서 트레인 역은 위치가 다르다. 멀진 않지만 조금 걸어와야 한다. 우리는 숙소를 빠하르간즈에 잡기로 했기 때문에 뉴델리 역을 통과해서 가야 했다. 역 앞과 플랫폼 주변에 사기꾼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긴장했었다.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둘은 둘 다 방향치에 길치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국에서건 인도에서건 헤매고 또 헤매고 갔던 길 또가고 왔던 길 기억 못하고 하는 동안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블로그 이름도 '길치 부부의 여행기'쯤으로 지을까도 했었다.
뉴델리에 도착해서도 열심히 지도 앱 보면서 두리번거리면서 배낭여행자같은 사람들 있으면 따라가 보기도 하고.. 위에 사진에 커다란 배낭 멘 두 사람 열심히 따라갔었다. 빠하르간즈에 가려면 위 사진 기준으로 오른쪽에 플랫폼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 건너편으로 건너가야 한다.
여기가 플랫폼. 기차 기다리는 사람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릭샤 왈라들, 거지들, 사기꾼들 천지. 길이 막혔다며 빠하르간즈 갈거면 릭샤를 타야 한다는둥, 지나가는거 불법이라는 둥, 다 무시하고 그냥 가면 된다. 인도에선 정말 무시스킬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반응해주다 보면 성격나빠진다.
거지들도 조심해야 한다. 인도에는 거지가 정말 많다. 절대 적선하면 안된다. 물론 맘이 아프고 너무 불쌍하지만, 그들에게 돈을 준다고 해서 그들 주머니로 가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 인신매매 앵벌이 조직한테 돈이 간다. 영아 유괴해서 여자들한테 포대기로 안고 다니게 해서 구걸하게 만든다. 애기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 거의 다 자기 애기 아니다 ㅜㅜ 심지어 애기가 아니라 실리콘 안고다니는거 본 사람도 있음.
물론 적선하기 싫은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거지들이 다 돈 맡겨놓은거 찾으러 온사람들처럼 돈을 요구한다... 그건 프렌즈인가 어디서 읽은 건데, 착한 일을 하면 본인 내생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기한테 적선하면 내가 너한테 착한 일 할 기회 준거니까 오히려 니가 고마워해라, 이런 태도하고 한다. 어쨌든 인도 거지들은 정말 다양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족속들이다.
내 생각에 인도에서는 릭샤 기사들, 착해보이는 사람들, 자기는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놈들, 한국말 잘하는 사람들 조심해야 한다. 다 사기꾼이다.
어쨌든! 빠하르간즈로 가려면 저 플랫폼을 지나서 가면 바로 있다.
빠하르간즈 입구 쪽에서 역 방향으로 찍은 사진.
숙소 잡고 바로 점심먹으러. 일단은 프렌즈 여행책 빠하르간즈 부분 제일 처음에 나와 있는 식당에 갔다. 난이랑 버터커리, 오므라이스 먹었다. 난이 정말 맛있었다! 담백하고. 단면이 크루아상처럼 겹겹이 돼있는 것도 신기하고. 도사와 이들리, 퐁갈은 남인도 음식, 난은 북인도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다. 넓적해서 커리와 같이 먹기 좋다는 공통점으로 본다면, 나는 기름진 도사보다 담백한 난이 훨씬 맛있었다.
프렌즈 여행책을 보고 루트도 짜고, 정보도 얻었지만 역시 개인이 쓴, 정지되어 있는 여행책자는 한계가 있나보다. 여기에서 소개한 숙소, 식당이 정답이 아니더라. 심지어 정답에 근접하지도 못한 곳들이 많더라. 빠하르간즈에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일본인 대상 숙소라는 곳을 갔지만 상태가 영 아니었다.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서 값싼 숙박비에 우린 무려 3박을 머물렀다. 3박에 1600루피. 물가가 비싼 델리에서 이정도 가격에 와이파이 되는 숙소였으면 나름 선방이라고...위로해본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여기에서 머물으라고 추천하진 않을, 그런 곳이었다.
배를 채웠으니, 어딘가로 가 보기로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올드델리쪽의 붉은 성, 델리 대학의 음악/미술학부, 시간이 있다면 코넛 플레이스 구경도 하기로 했다. 이미 정오가 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다.
빠하르간즈는 여행자들이 모이는 거리이다. 배낭여행자들이 머물만 한 게스트하우스, 즐비한 전통옷가게, 식당, 한인 식당도 몇 군데 있었다. 옷 가격도 정말 싸서, 잠옷 바지로 입을 요량으로 바지를 하나 샀는데 가격이 무려 60루피. 한화 1100원이었다! 여행다니면서 편하게 잘 입었다.
옷걸이 너머로 밀짚모자 쓰고있는게 나다. 예전에 여행갔다왔을 때, 당일치기였는데도 뒷목이 심각하게 타서, 몇 주간 목 언저리에 경계선을 표시하고 다녔었다. 그 뒤에 챙이 큰 모자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나 하나, 남편 하나, 우리보다 먼저 떠나는 언니에게 선물 하나. 이렇게 샀는데, 결과적으로 세 개 모두 버려졌다. ㅋㅋㅋ 여행다니면서 쓰기에는 정말 기동성도 없고 불편했다! 그래도 우린 여행 일정의 절반인, 바라나시까지 데리고 다니다가 버렸다. 언니도 조드뿌르 언저리에서 버렸다고 했다.
벤티핫컵 한줄 미입고됐다 했더니 인도에 있었구나 ^0^ (전직 스벅 직원)
인도는 팔고 있는 물건들을 죄다 이렇게 밖에 걸어놓는다. 옷이건 가방이건 뭐건. 근데 충전기까지 대롱대롱 걸어놓으면, 누가사나? 싶어서 찍어왔다. 실제로 보면 정말 흉물스럽다. 자칭 '충전충'인 모 씨가 본다면 경악할 일이다.
참고) 충전충: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가지고 있던 모든 전자기기를 충전기에 꽂아야 안심이 되는 사람 유형. 배터리가 얼마 안 남은 전자기기를 보면 초조해진다. 이런 류의 사람에게 충전기와 콘센트는 무척 중요한 물건일 수 밖에.
다시 메트로 델리 역으로 가는 길. 인도 여자들은 90% 이상 사리와 꾸르따를 입는다. 꾸르따는 거의 모든 나이대의 여자들이 입고, 사리는 결혼한 여자들이 입는다. 어린 애들은 사리 못입는다. 10대들은 가끔 '하프 사리'를 입긴 한다지만.
사리는 정말 불편한 옷이다. 블라우스와 그냥 네모낳고 기다란 큰 천이 다다. 그걸 이리감고 돌돌감아서 입는 옷인데, 나는 하루 반나절 입고 너무 불편해서 땀 한바가지 흘리고 거의 기진맥진했었다. 물론 익숙해지면 다르겠지만, 인도 여자들은 모든 순간에 사리를 입고 활동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저 아줌마들이 이고 가는 짐 진짜 크다. (저것들도 짐검사대에 통과시켜야 역에 들어갈 수 있다.)
아! 그리고 인도 메트로는 여성 전용칸이 있다. 남자칸엔 정말로 99% 남자다! 여성칸은 100% 여자인듯. 물론 여자칸은 하나뿐이지만. 남자와 여자의 사회생활 비율을 설명해주는 칸 분배인가? 우리는 외국인이니까... 그냥 뭐 남자칸에 탔다 여자칸에 탔다가 그랬다. 사람들도 별로 신경 안쓴다.
인도 메트로. 찬드니 촉 역에 내리면 붉은 성에 걸어서 갈 수 있다. 별로 안멀다. 15~20분이면 간다. 사이클릭샤가 아무리 자기꺼 타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사이클릭샤는 진짜 5분에 5미터도 못가는 거 같다. 차랑 오토바이랑 오토릭샤랑 사이클릭샤랑 소랑 개랑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한발짝도 못간다. 걸어가는게 낫다. 찬드니 촉은 내 생에 최악의 장소였다! 혼잡하고..정신없고..붐비고,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여기에서 컨디션이 급급급 안좋아져서 델리도 엄청 싫어지고 덥고 여행도 힘들게 느껴지고 짜증내고 남편이랑 막 다투고..그랬었다.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어갔는데, 막 양아치같은 어린애들이 우글우글했다. 아니진짜 거짓말안하고 너무너무 힘들었다.
찬드니 촉 일대는 소매치기도 정말 많다고 한다. 우린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시장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왜 여기서 지갑을 도둑맞는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서는 조심 또 조심, 조심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안 가는 것도 상책인 것 같다.
무슬림 사원이랑, 엉망진창이 된 도로.
드디어 붉은 성에 도착. 우린 입장료 내고 들어가진 않았다. 들어가서 돌아볼 만큼 힘도 없었거니와, 입장료가 비쌌고, 관광객은 인도인이 99%였는데, 우리 둘을 마치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한다.
뱅갈로에 있을 때는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이렇게까지 신기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에선 정말 구경거리가 되었다. 같이 사진찍어달라고 하는 건 예삿일이고,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막 얼굴로 핸드폰을 들이대서 사진을 찍는다. 아니, 우리 그냥 너희보다 조금 하얀, 노란..에 가까운 똑같은 아시안, 황인종이야. 우리 그냥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온 관광객일 뿐이란다.... 우리도 너희가 신기하다고 해서 막 카메라 들이대고 그러진 않잖니... 오히려 웨스턴보다 우리에게 더 무례하게 행동하는 듯 했다. 아니, 이것은 일종의 서양인에 대한 열폭인가?
외관으로 보아도, 충분히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던 레드포트.
인도의 성들에는 새가 정말 많은 것 같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성을 보러 간 적이 없긴 하다.) 새들이 성을 거의 덮고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성 사진에는 항상 새들이 날아다닌다.
델리대학으로 이동. 아쉽게도 음악/미술학부는 오늘 휴일이란다.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여기로 이동해서 한 거라곤, 역에서 내려서 사이클릭샤만 한 번 타 봤다. (근데 5분도 안걸리는 거리였어! 역시 믿으면 안된다.) 우린 여행하면서 와이파이나 3G가 안되는 때가 많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길찾기, 검색이 가능한 'maps. me'라는 앱을 주로 사용했었다. 웬만한 곳은 다 검색되었지만 델리대학 음악/미술학부는 도저히 검색이 되지 않아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오토릭샤, 사이클 릭샤 아저씨들도 다 모르쇠요, 바가지 씌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대학생같아 보이는 인도 여자애가 우릴 도와줬다! 우리가 음악/미술학부에 가고싶다고 하니 사이클릭샤 아저씨에게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릭샤아저씨도 몰랐던 건 아니면서!! 바가지씌울려고 모르는 척 하는거 다 안다.) 사람은 역시 배워야 하나보다. ㅜㅜ
사실 여행하면서 오토릭샤는 탈지언정 사이클은 정말 타고싶지 않았다. 남편은 우리가 여행객이니까 타 줘야 저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는게 아니라고 했지만, 물론 맞는 말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페달을 굴리고 있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난 편하게 타고간다는 건 마음 한구석이 너무 불편한 일이다.
델리의 스쿠터, 오토바이 인구 수를 잘 설명해주는 주차장... 스쿠터에 성인 3~4명은 기본이고, 애들 두셋 딸린 한 가족도 스쿠터 하나에 타고 가는 신기한 사람들이다.
코넛 플레이스로 다시 이동해 온 스타벅스. 전직 스타벅스 직원은 퇴사 후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스벅 호갱님이 됩니다. 사실 이 날은 자리가 없어서 사먹지는 않았었다. 2층으로 된 매장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정작 코넛 플레이스 사진은 찍지 않았네. 여긴 계획도시처럼 만들어진 상가이다. 꽤 큰 지역인데, 건물들이 죄다 하얀색이고, 블럭블럭마다 하얀 건물들에 상가들이 들어서 있다. 스타벅스도 그 중 한 곳. 근데, 하얀 건물인것까지는 좋았는데, 벽면이랑 코너, 구석구석이 너무너무 더럽다. 인도 아저씨들은 '씹는 담배'를 한다. 담배인지, 방인지, 마리화나인지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색깔이 탁한 빨간색이다. 으. 지금도 생각만 했는데 너무너무 역겹다. 이빨도 잇몸도 모두 빨갛게 된다. 그리고 1분에 한 번씩 빨간 침을 아무데나 뱉는다. 그 빨간 타액이 건물 건체를 둘러서 묻어있다. 뱉은 형태 그대로 ㅜㅜ 으 지금 뭔가를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정말 너무너무 더러운 씹는 담배.
아, 그리고 책에 코넛 플레이스 지도에 '정부 관광청'이라는 게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에 둘러보니 마침 'Government Travel..'어쩌구 하는 간판 아래 'Free Map'이 라고 써 있었다. 오, 이거 뭐지? 하는 사이에 누군가 나와 들어오란다.. 우린 또 얼떨결에 바보같이 따라들어갔다. 물론 느낌은 이미 쎄했지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이어지는 온갖 방법으로 겁주기, 일정 묻는 척 하면서 관광상품 팔아먹기를 10여분째 시전하고 있다...
그 전에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우리에게 여권을 요구했었다. 복사만 하고 준다더니 한동안 안주길래 우리 여권 필요하다고 달라고 해서 받긴 했었는데, 여권을 요구했던 것이 미심쩍어 그 사람에게 원래 여권 복사본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큰일이라도 당한 사람들 대하듯 절대절대 안되다며 그들은 범죄자라 한다. 엥? 싶어서 마음이 약간 불안해졌었는데, 델리 여행했던 친구들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자기가 묵었던 숙소도 그랬다며, 아침마다 일대 경찰들이 순찰해서 관광객 정보를 검사한단다. 사실 아직도 어떤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음에 혹시 델리를 여행할 때 여권을 달라고 하거든, 사본이 있으면 줘 버리고 아니면 복사해다가 나중에 준다고 하길. 여권 원본을 요구하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 빠하르간즈에서 '제록스'나 '포토카피'를 물어보면 몇 군데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여행사에서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우린 서둘러서 다 필요 없다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다시 돌아가는 길,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남편이 누가 우릴 따라온단다. 우리에게 처음에 들어오라고 했던 사람이 직원 중 하나에게 신호를 보내더니 우릴 따라붙었다고.. 나는 진짜 심장이 떨릴 정도로 너무너무 무서워서 남편을 붙잡고 막 아무 가게에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나름 교란(?)을 시도했다. 다행히 어느샌가 사라졌지만, 정말 델리 여행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
크리슈나 레스토랑에서 본 빠하르간즈 풍경. 무슨 날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녹음된 인도노래가 큰 소리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끝없이 끝없이... 그 소리까지 들으며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밥이 잘 안넘어간다.
그래도 어쩌겠나, 먹고는 살아야지. 기름이 줄줄 흐르는 토마토피자.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크기는 작다. 이거랑 볶음면이랑 먹었는데, 면은 정말정말 짰다. 인도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대부분 엄청 기름지고 엄청 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델리에서의 첫 날, 피곤하고 긴 하루였다. 생각했던 것 만큼 델리는 그런 곳이었다. 기대했던 만큼 느끼는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은 델리 여행 후 정말 끔찍한 곳이라고 했다. 모두가 사기를 당했던 이야기를 했으며, 얼마나 시끄럽고 더럽고 복잡하고 정신없었는지, 다시 인도를 온다면 델리를 거쳐가지 않는 루트를 짤 거라며.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길. 마음을 꽁꽁 싸매고 겁만 내면 즐길 수 있는 것조차도 무섭게만 느껴진다. 조금 조심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무시하고, 부딪힐 수 있을 땐 부딪혀 보길. 난 델리에 머문 나흘 동안 너무 소심하게만 다녀서 조금 후회가 된다. 마음을 열었어야 했는데, 너무 웅크려 있기만 했다.
20151107,헤다.
다음 편은 델리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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